촌놈의 촌 이야기 16

바나나, 파인애플, 그리고 부곡하와이(시골의 신혼여행)

옛일이 생각이 잘나지 않아서 너무나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블로그에 뭘 쓸까 생각하다 얼마 전 코스트코에서 장을 본 파인애플을 글로 써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주 어렸을 때 파인애플과 바나나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그 시절 시골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일단 아주 시골 마을. 시간은 한 30~40년전. 우리 동네는 농사짓는 사람만 사는 전형적인 시골 농촌이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마을마다 사는 사람이 좀 많았고 아이들도 뛰어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76살의 우리 아버지가 청년회장하셔야 하지만. 그 시절 결혼하면 동네잔치를 했다. 결혼식은 읍내 예식장에서 하고 바로 신혼여행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집으로 와서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신랑을 묶어 놓고 발바..

자판기를 처음 사용하던 날

오늘 가만히 지갑을 열어보니 참 오래전에 뽑아 둔 현금이 그대로 있다. 아니 지갑을 열어본지도 참 오래된 듯한 느낌이다. 지갑을 열어본 것도 할머니와 관련이 있다. 우리 할머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작년까지 그래도 문병도 갔는데 올해는 오지 말라고 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문병 간 날은 할머니의 기억력이 많이 안 좋으신지 했던 말을 여러 번 물어보셨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내가 어렸을 때 그래도 어머니보다 더 내편 같은 분이 할머니였으니. 다시 지갑과 관련된 이야기로 돌아오면 작년까지 막내 삼촌이 병원비를 보내시고 소득공제를 받으셨다. 삼촌이 퇴직을 하셔서 이제 할머니 관련 소득공제를 내가 받게 되었다. 시골 아버지에게 병원비를 현금으로 받아왔다. 이 현금을 다시 송금할려니 ATM기..

소풍(지금의 현장 학습에 대하여)

촌놈의 촌 이야기는 거의 읽는 사람이 없다.그래도 꾸준히 쓰고 싶은 이유는 아들이 가끔 보기 때문이다.아들이 내 블로그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촌놈의 촌 이야기 시리즈이다.그리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옛날이 그립다.그때는 깡촌이 싫어 도시로 공부하러 나가게 해 달라 졸라 어린 나이에 도시로 나왔는데.지금 고향에는 내가 알던 어른들은 거의 다 돌아가시고어릴 적 동네 형과 동생들은 타지에서 잘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조금이라도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그때에 추억을 되새겨 적어본다.다시 20년이 지나고 내가 이 글을 흐뭇하게 읽을 날을 바라며.2020년 어느 가을에. 올해는 아들이 현장학습 간다는 말이 없었다.코로나 19 때문에.작년과 그 전년을 보아도 아들 녀석이 현장학습 간다고 아주 기뻐하거나 밤잠을 ..

핫도그의 추억

오늘 코스트코에 다녀왔다. 코스트코에 간다니 아들 녀석이 핫도그를 사 와 달라고 했다. 코스트코 핫도그를 우리 아이들과 집사람은 참 좋아한다. 난 딱히 코스트코 핫도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명랑 핫도그에서 파는 기본 핫도그를 더 좋아한다. 난 핫도그는 젓가락에 꽂혀있여야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핫도그를 쳐다보니 옛 생각이 난다. 핫도그와의 첫 만남 내가 어렸을 때에는 튀김류를 많이 먹지 못했다. 내가 튀김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먹을 기회가 흔하지 않았다. 식용유 광고에서 나오는 새우 튀김은 먹는 게 소원일 정도로. (사실 나중에 새우 튀김을 먹었을 때 굉장히 실망했다.) 식용유를 조금씩만 썼기에 튀김처럼 식용유 몇 통을 부어야 하는 튀김 요리는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제사용 한과를 집에서 만들 때나 ..

개고기

다소 민감한 주제이다. 일단 난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고기 먹는 문화자체를 터부시 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생각은 인간은 다른 동물의 생명을 한없이 존중하기에는 지나치게 굶주린 포식자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소는 먹어도 되고, 돼지도 먹어도 되고 개는 먹으면 안된다.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개고기를 전혀 먹지 못한다. 여담이지만 회사에 젊은 미국인이 왔는데, 조용히 나에게 물었다. 개고기가 건강에 아주 좋다고 들었는데 어디가면 먹을 수 있냐고. 당연히 나는 모른다고 했더니. 며칠 후 회사에 젊은 친구가 데리고 가주더라고 자랑하더라. 그래 나의 어린 시절 개고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지금은 시골에서 사라진 문화임을 밝힌다. 가난한 동네였던 우리 동네. 동네 ..

이, 머릿니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 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어 힘든 상태다. 이 사태에 대해 정부나 야당이나 여하튼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지도층에 대한 분노가 쌓여가지만 블로그에는 더 담지 않기로 했으니 묻고 간다. 촌놈의 촌 이야기 시작한다. 전염병이라면 호환 마마라고 할때 마마에 해당하는 천연두나 콜레라 등등이 전통적 전염병이었다. 우리나라는. 홍역이나 천연두 때문에 곰보 자국이 있는 친구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전염병의 창궐을 경험한 세대는 아니었다. 내가 겪은 전염성이 강한 것 중 제일은 "이"다. 이목의 곤충을 통 들어 이르는 말이고 몸의 길이는 1~4mm이고 편평한 방추형이다. 날개는 없고 머리 양쪽에 홑눈이 한 개씩 있다. 사람의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다. 잇과, 짐승닛과, 털닛과..

하드

자. 하드란 무엇인가? 지금으로 말하면 아이스크림 아니다 아이스바. 우린 그 시절 그것을 하드라 불렀다. 칸돌이 50원짜리 하드의 최강자. '서주' 아마 아직도 있지 싶은데. 우유회사로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빙그레부터 롯데삼강 요런 대기업 제품은 100원. 콘 종류의 양대산맥은 월드콘과 부라보콘. 자상한 아빠의 상징 최고급 아이스크림은 호두 맛 투게더. 일단 하드를 먹으려면 면소재지 정도는 가야 했다. 면소재지에서 집까지 5km라서 그 시절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사 가지고 오면 그냥 녹는다. 보통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기 직전에 많이들 사 먹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가서 사 먹기는 너무 번거롭고 힘들었다. 그럴 때 나타난 우리의 구세주. 하드 장사 아저씨. 트럭에 녹색의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싣고 다니..

그 시절 남자가 하지말아야할 것

그 시절 남자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몸을 부대끼며 놀았다. 거친 사내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금지 사항이 몇 개가 있다. 첫째, 요술공주 밍키는 절대 시청 금지 프로그램이다. 요술공주 밍키는 여자 변실물의 할 머지 격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요술공주 밍키 밍키 밍키"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얼마전 슈가 송에 나왔다. 나도 이 노래는 잘 알지만 밍키를 시청하지는 못했다. 밍키 시청 시 모든 남학생이 놀린다. 너 밍키 본다며. '가시나'도 아니고. 여자 아이를 가시나라고 했는데. 아마 그 때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게 강했던 거 같다. 둘째, 남자가 하지 말아야할 것은 피아노 배우는 거다. 피아노 학원 간판 달고 하는 곳도 면내에는 없었지만 교회에 피아노를 이용해서 장로 사모님이 몇몇 학생을 받..

특이한 동네

우리 마을이 아니라 다른 마을, 두 동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 동네도 면소재지에 비하면 많이 높은 곳에 위치해있었다. 커다란 오르막을 2개나 지나야 마을에 진입이 가능하다. 지금 자전거야 기어가 잘 되어있어 오르막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보다 더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옛날 자전거는 기어가 없다. 자전거 이야기는 시간 나면 나중에 해보려고 한다. 먼저 첫번째 동내는 우리 면 소재지 동네 중 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동네이다. 인근에서 가장 높은 산 중턱의 마을이다. 이 동네 아이들의 특징은 다리나 팔에 깁스를 자주 한다. 학교에서 먼 동네 아이들의 특징은 저학년 버스로 통학, 고학년 자전거로 통학 중학생부터 작은 오토바이(불량 청소년 아니다. 다 탄다)를 이용했다. 위에서 말한 산 중턱 ..

무쇠 가마솥에서 목욕을 해보았는가?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샤워를 한다.(깨끗한 사람이다.) 목욕탕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답답한 느낌도 싫고. 우리 집 두 아들들도 똑같다. 목욕탕 가면 15분이면 끝이다. 하지만 마님은 목욕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뭐가 그리 때가 많은지 가면 3시간을 넘게 있는 거 같다. 난 누가 돈주고 있으라고 해도 못 견딜 것 같은데. 마님이 목욕 간다고 하니 불현듯 어린 시절 목욕하던 때가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입학 전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에는 더우면 물에서 놀기에 엄청 더럽지는 않았지만 겨울은 다르다. 매서운 추위에 목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빨간 대야(수정 후 재사용 가능한 이미지가 없다. 구글에 찾아보길 바란다.)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목욕을 했다. 지금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