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촌 이야기

무쇠 가마솥에서 목욕을 해보았는가?

인생 뭐 있나 2020. 1. 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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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주 샤워를 한다.(깨끗한 사람이다.)

목욕탕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답답한 느낌도 싫고.

우리 집 두 아들들도 똑같다.

목욕탕 가면 15분이면 끝이다.

하지만 마님은 목욕을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뭐가 그리 때가 많은지 가면 3시간을 넘게 있는 거 같다.

난 누가 돈주고 있으라고 해도 못 견딜 것 같은데.

마님이 목욕 간다고 하니 불현듯

어린 시절 목욕하던 때가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 입학 전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에는 더우면 물에서 놀기에 엄청 더럽지는 않았지만

겨울은 다르다.

매서운 추위에 목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빨간 대야(수정 후 재사용 가능한 이미지가 없다. 구글에 찾아보길 바란다.)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목욕을 했다.

지금처럼 수도를 틀면 바로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먼저 수도를 틀고 양동이에 물을 받는다.

양동이에 물을 가마솥에 옮긴다.

가마솥에 물이 어느 정도 차면 

장작을 태워 물을 끓인다.

끓는 물을 다시 커다란 고무대야에 붇는다.

찬물을 떠 와 목욕하기 좋은 온도로 물 온도를 맞춘다.

여간 번거롭고 힘든 게 아니다.

씻고 난 물도 버려야 하는데 이것도 양동이로 떠서 버려야 했다.

물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아마 공업용으로도 사용이 안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마지막 줄에 있다.

밖에서 씻으니 물은 금방 식어 

감기 걸리기 딱 좋았다.

물론 면소재지를 지나서 읍으로 나가면

목욕탕이 있었지만

어른들도 그때는 결혼식 참석 전 아니면

목욕탕에 잘 가지 않았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마을 친구들과 같이 목욕탕에 갔으니

그전에는 다들 집에서 이렇게 번거롭게 목욕을 했다.

목욕하는 사람은 추워서,

목욕시키는 사람은 수고스러워서

목욕은 3주일이나 게으른 집은 한 달에 한번 했다.

지금은 상상이 안 되겠지만

위생 상태가 이러니 

학교에서 용의 검사라고 

1주일에 한 번씩 손발톱 길이, 손등에 때가 얼마나 많은지를 검사했다.

용의 검사에 걸리면 손바닥에 불나도록 맞았다.

이렇듯 겨울에 불편한 목욕 방식을 바꿔보고자 하는 에디슨 같은 분이 있었으니.

그분이 바로 우리 어머님이시다.

아들(나? 인가)이 너무 추워 목욕하는 걸 싫어하자

아들을 어떻게 하면 춥게 하지 않고 목욕을 시킬까 궁리를 하셨다.

커다란 가마솥 

그 시절 덩치가 무지 작았던 나

어머니는 가마솥에 물을 대야로 옮기지 않으셨다.

바로 가마솥 물을 목욕하기 좋은 온도로 맞추셨다.

말이 목욕하기 좋은 온도지 빨리 식을 걸 대비해서인지

농사일로 손이 거칠고 두꺼워서인지 아이의 연약한 

피부에는 너무나 뜨거운 물.

그래도 목욕하는 날은 어머니 심기가 불편한 걸 알기에

등짝에 손바닥 자국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이 뜨거운 물에 들어가야만 한다.

그런데 가마솥은 대야보다 물이 더 빨리 식었다.

"엄마, 물이 너무 차가워서 싫어요."

"알았다."

난 어머니가 부엌에 있는 솥에 가서 따뜻한 물을 가져오실 줄 알았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는 가마솥에 불을 넣으셨다.

불붙은 장작을 넣었다, 뺏다 하시며 조금이라도 아들이 덜 춥도록 

해주시려 하셨다.

어머니의 노력에 가슴은 뭉클하지만 발바닥은 무지 뜨거웠다.

"앗, 뜨거워."

근데 일어서면 찬바람이 너무 매섭다.

앉았다 섰다 몇 번 하고 방으로 도망갔다.

어머님의 실험은 끝났다. 실패로. 솥을 씻는게 너무 힘들어서.

가마솥에 내가 앉아 있을 때, 식인종이 봤으면 저 집 맛난 요리하는구나 했을 거다.

하긴 식인종도 못 먹었을 듯.

3주 만에 목욕을 하면 물에 때가 음..그래서 솥을 씻는게 힘들었다.

더 이상은 말을 못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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