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촌 이야기

하드

인생 뭐 있나 2020. 1. 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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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하드란 무엇인가?

지금으로 말하면 아이스크림

아니다 아이스바.

우린 그 시절 그것을 하드라 불렀다.

칸돌이 50원짜리 하드의 최강자.

'서주' 아마 아직도 있지 싶은데.

우유회사로 아이스크림도 만들었다.

빙그레부터 롯데삼강 요런 

대기업 제품은 100원.

콘 종류의 양대산맥은

월드콘과 부라보콘.

자상한 아빠의 상징

최고급 아이스크림은 

호두 맛 투게더.

일단 하드를 먹으려면 면소재지 정도는 

가야 했다.

면소재지에서 집까지 5km라서

그 시절 오토바이나 자전거로 

사 가지고 오면 그냥 녹는다.

보통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기 직전에 많이들 사 먹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가서 사 먹기는 너무 번거롭고 힘들었다.

그럴 때 나타난 우리의 구세주.

하드 장사 아저씨.

트럭에 녹색의 커다란 아이스박스를 

싣고 다니셨다.

녹색의 스티로폼 아이스 박스에는 

드라이아이스로 재워둔

하드가 가득 들어있었다.

매일 오시지는 않았지만

며칠에 한번 정도.

"하드, 맛있는 하드."

녹음 멘트도 아주 짧고 강력했다.

하드 맛있는 하드.

무한 반복.

저 멘트가 들리면 동네 모든 아이들은

집으로 달려간다.

그 시절 우린 용돈이 없었다.

주로 설이나 추석에 친척 어르신에게 받은 돈이

용돈의 전부이던 시절이다.

그나마 용돈이 남아있던 친구는 

저금통에서 돈을 빼오고,

용돈이 없는 친구는 

엄마를 쥐어짜서 동전을 받아 들고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아마 그날은 우리 동네를 마지막으로 

오셨는지 다른 건 없고

비비빅이라고 팥으로 된

하드만 잔뜩 남아 있었다.

종류 불문 여름날 하드는 무조건 진리다.

"아저씨, 한 개요."

급하게 하나 까서 입에 넣는다.

입술에 쩍 붙는다.

그렇다.

드라이아이스는 영하 78.5도.

이 차가운 드라이아이스와 같이

누워있던 하드라 엄청 차가워

입술이 그냥 하드에 달라붙어버린다.

성질 급한 촌 아이들은 

입술이 붙은 걸 그냥 확 당겨버리면

입술에 얇은 막이 터져 피가 난다.

내만 그런 게 아니다. 

아이들 비비빅에 모두 피가 묻어있다.

아저씨가 떠나고 난 후에 온 친구들은

"좀도. 한입만."

여기저기 달라붙어 좀도 한입만을 외치는데.

그 시절 하드를 깨물어먹는 금수저는 없다.

다들 살살 돌려 먹고 입에 넣다 뺐다 하는데.

그걸 좀도, 한입만 해서 먹을 정도로 하드는 맛났다.

하드를 돈으로만 사 먹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특히 6월이면 마늘을 캔다.

그늘 하나 없는 논에서 마늘을 캐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힘든 게 더위와 사투다.

이때 하드 장사가 

"하드, 맛있는 하드." 

방송 소리와 함께 지나가시면

아버지가 마늘 한접들고 도로로 가신다.

그때부터 흥정이 시작된다.

8개 운 좋으면 10개 아버지가 하드를 가져오신다.

마늘뿐만 아니다.

마늘 캐기 전 순이 올라오는데 "마늘 쫑"

또는 "마늘 홰기"라고 불리는 이놈을

어렵게 뽑아줘야 마늘이 굵어진다.

이 마늘 쫑도 하드를 바꿔먹을 수 있다.

내 기억에 "하드, 맛있는 하드."

아저씨는 저 두 가지 이 외에는 현물을 받지 않으셨다.

그 시절 마늘 쫑과 마늘이 상당히 귀했나 보다.

난 마늘이 지긋지긋했지만.

그 마늘로 공부도 하고 하드도 사 먹었지만.

고추, 사과, 마늘, 깨, 양파, 벼, 보리 다 해봐도 마늘 

농사가 제일 싫다.

오늘은 요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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