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남자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몸을 부대끼며 놀았다.
거친 사내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금지 사항이 몇 개가 있다.
첫째, 요술공주 밍키는 절대 시청 금지 프로그램이다.
요술공주 밍키는 여자 변실물의 할 머지 격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다.
"요술공주 밍키 밍키 밍키"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얼마전 슈가 송에 나왔다.
나도 이 노래는 잘 알지만 밍키를 시청하지는 못했다.
밍키 시청 시 모든 남학생이 놀린다.
너 밍키 본다며.
'가시나'도 아니고.
여자 아이를 가시나라고 했는데.
아마 그 때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게 강했던 거 같다.
둘째, 남자가 하지 말아야할 것은 피아노 배우는 거다.
피아노 학원 간판 달고 하는 곳도 면내에는 없었지만
교회에 피아노를 이용해서
장로 사모님이 몇몇 학생을 받아
가르치셨다.
피아노를 배운 학생은 100% 여학생이었다.
어머니가 그 시골에서도 나름 인테리 여성이셔서
누나를 일찍부터 피아노 배우게 하셨다.
물론 나도 피아노 학원에 끌고 가셨지만
"가시나처럼 피아노 배운데."
이런 놀림이 싫어 발버둥을 쳐서
학원을 안 다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다.
피아노 잘 치고 싶다는 생각 많고
지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고.
내가 못 배워서 그런지 우리 아들 둘은 다
일찍 피아노를 배우도록 했다.
첫째는 조금 배우다 드럼으로 넘어갔지만.
둘째는 아직도 잘 치고 열심히 친다.
그래도 첫째, 둘째는 남자다움이 인정받던 시절이라
그렇구나라고 이해라도 되는데.
셋째는 절대 학교에서 응가를 못했다.
그 시절 화장실은 교실 건물 밖에 있는 별도의
건물이었다.
남자 화장실 건물, 여자 화장실 건물.
조금 특이한 건 남자 소변 누는 곳은
그냥 벽에 조그마한 수로가 있는 게 다다.
나머지 부분은 칸막이가 되어있는
대변 칸(푸세식).
이 대변 칸에 누군가 들어가면
"똥 눈다, 똥 눈다."
한 명이 외치면 학년 남학생 다 나와서
"누구누구 똥 눈다. 똥 눈다."
선거철 선거 운동하듯 다 나와서 한마음으로 외쳤다.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데.
그 시절 왜 그랬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아직도 학교에서 화장실에서 똥 누면 이러는지?
그리고 그 시절 숙제를 안 하던 뭔가 잘못을
하던지 하면 벌로 화장실 청소 며칠.
이런 경우가 참 많았다.
남자 소변 칸은 집게로 낙엽만 주으면 간단히 끝난다.
(참고로 난 주번이라 가끔 한 적 있지 벌로 한적 없다. 진짜로)
그런데 여자 화장실과 남자 대변 칸은
하나하나 문을 열고 물 뿌리고
다시 문 닫고 요렇게 해야 했다.
학교에서 소문난 문제아 2명이 숙제를 안 해왔다.
그 둘은 평소 숙제는 건강한 몸으로 때웠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그 시절은 채벌이 난무하던 시절인데
담임 선생님도 회초리로 손바닥, 발바닥 아무리
때려도 숙제를 안 해오니
최후에 수단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
남자 대변 칸은 사용자가 거의 없다.
위에 설명한 이유로.
그런데 이 두 명의 문제 많은 친구들의
화장실 청소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문직이었다.
매번 청소에 당첨이라.
그날 문제가 된 건 여자 칸.
이 넘들은 청소 시 노크 같은 건 없다.
문확 열고 물 확 뿌리고 문 쾅 닫고.
그날도 여자 칸 청소.
문 확 열고 물확 뿌리고 쾅 닫고.
그런데 그 칸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선생님.
옛날 문고리 해봐야 "ㄱ"자 모양에 가는 철사를 동그란
고리에 거는 건데.
이넘들이 확 잡아당기면 그냥 열린다.
그 여선생님은 물을 완전히 뒤집어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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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화장실을 큰일 보러 자주 가는데.
이런 문화가 아직 있다면 얼른 없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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