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촌 이야기

바나나, 파인애플, 그리고 부곡하와이(시골의 신혼여행)

인생 뭐 있나 2020. 12. 1. 19:55
728x90
반응형

옛일이 생각이 잘나지 않아서 너무나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블로그에 뭘 쓸까 생각하다 얼마 전 코스트코에서 장을 본 파인애플을 글로 써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아주 어렸을 때 파인애플과 바나나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그 시절 시골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일단 아주 시골 마을.

시간은 한 30~40년전.

우리 동네는 농사짓는 사람만 사는 전형적인 시골 농촌이었다.

그때는 지금과 다르게 마을마다 사는 사람이 좀 많았고 아이들도 뛰어놀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76살의 우리 아버지가 청년회장하셔야 하지만.

그 시절 결혼하면 동네잔치를 했다.

결혼식은 읍내 예식장에서 하고 바로 신혼여행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집으로 와서 동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먹고 신랑을 묶어 놓고 발바닥 때려가면서 온 동네 사람 모여 놀고먹고 하고나면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 시절 최고의 신혼여행지는 제주도였다.

그때는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많이 갔다.

물론 우리 동네는 가난한 동네라 제주도 신혼여행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로 가는 곳이 부곡하와이~

지금은 사라진 곳이다.

일종의 온천인데, 꾸미길 하와이처럼 꾸며 놓은 곳.

나도 아주 어렸을 때 가본 적이 있는데 물이 너무 뜨거워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그러다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집 아들이 결혼을 했다.

그 집 며느리 집안도 흔히 말하는 빵빵한 집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집 아들은 신혼여행도 제주도로 갔다.

그 아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날 동장님(지금의 이장)이 마을 방송을 했다.

"아아아, 마이크 시험 중. 아아아, 현*이가 신혼여행 갔다 돌아왔습니다.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사 왔습니다.

구경 오세요."

먹으러 오라는 것도 아니고 구경 오라는 것이었다.

외국 농산품이 수입 안되던 시절이라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제주도에서만 소량으로 생산되던 때.

생전 처음 바나나를 구경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바나나는 톰과 제리라는 쥐와 고양이 나오는 만화에서 톰이 매번 바나나 껍질을 밟아 넘어지는 장면 이외에 실물을 본 적이 없었다.

그날 그 집에 파인애플과 바나나를 보기 위해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였다.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모인 사람이 워낙 많아서 바나나는 정말 감자칩 두께로 맛을 보았는데 내가 생각한 것처럼 엄청나게 맛있었던 기억은 아니다.

아마 덜 익은 것을 먹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파인애플은 정말 맛있었다.

건더기는 거의 먹어보지도 못하고 즙이 묻은 접시를 손가락으로 닦아 먹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파인애플맛 환타와는 다른 오리지널 파인애플을 그때 처음 맛보았다.

지금은 별에 별 온 세계 과일을 다 맛볼 수 있지만 그때는 바나나, 파인애플 하나에도 온 동네 사람이 다 모여 나눠 먹었는데.

지금은 사실 우리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728x90
반응형

'촌놈의 촌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판기를 처음 사용하던 날  (0) 2020.11.30
소풍(지금의 현장 학습에 대하여)  (10) 2020.10.16
핫도그의 추억  (4) 2020.10.04
개고기  (0) 2020.09.22
이, 머릿니  (0) 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