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기 전에 들여주는 이야기

거북바위

인생 뭐 있나 2020. 9. 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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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하고도 아주 먼 옛날이야기란다.

바다 바람도 쉬어가는 조그만 외딴 섬마을.

그 섬마을에는 무시무시한 전설이 있었다.

매년 용왕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커다란 재앙이 온다는 전설.

마을 사람들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매년 봄, 용왕에게 제사를 지냈다.

철없는 어린 아이들은 제사를 지내고 나면 어른들이 나눠주는 제사 음식을 먹는 재미에 마을 제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 마을에는 용이와 웅이라는 두 형제가 살았다.

용이와 웅이는 아버지 어머니 모두 바다에 나갔다 풍랑을 만나 돌아가셨다.

다른 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고아인 용이와 웅이를 잘 챙겨주었지만 마을 제사가 있는 날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자의 자식은 용왕님이 싫어하신다고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했다.

그런 용이와 웅이를 걱정한 마을 이장 댁 딸인 순이가 용와 웅이를 위해 먹을 것을 챙겨왔지만

그날을 용이와 웅이 둘다 제사 음식을 먹고 싶은 기분이 아니였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거든.

사실 형인 용이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제사는 무슨 우리 엄마, 아빠도 못 지켜준 용왕님에게. 다 필요없어.'

용이는 순이와 웅이를 남겨두고 거북바위로 갔다.

거북 바위는 용이와 웅이가 바다에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장소였다.

섬에서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었지.

이 거북 바위 뒷편에는 비석이 하나 있었는데 워낙 오래된 비석이라 무슨 말이 써 있는지는 나이가 가장 많은 이장님도 몰랐다.

거북바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던 용이는 울고 말았다.

그런데, 문득 머리 속에 어머니에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바다로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던 날, 그날의 새벽에 어머니의 말씀이 문득 떠올랐다.

어머니는 어머니가 차고 있던 목걸이를 용이에게 주고는 

"이 목걸이를 항상 몸이 지니고 있어야 한다."

라고 한 말씀이 떠올랐다.

갑자기 용이는 집으로 뛰어갔다.

어머니에게 받았던 목걸이를 어머니의 거울통에 넣어두었던게 생각났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이 갑자기 떠올라 거울통에 있던 목걸이를 목에 걸쳤다.

그리고 며칠 후 조용하던 섬마을은 난리가 났다.

바다에 거대한 오징어가 나타나 배를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바다에 못나가면 거대 괴물 오징어가 물러가겠지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바다에 못나가서 고기를 못잡는 것도 문제지만 1주일이 지나자 뭍에서 오는 배도 섬에 들어올 수 없어

곡식도 점점 바닥나기 시작했다.

마을에 몇몇 젊은이는

"저희가 이 작살로 물리치겠습니다."

하고 용감하게 바다로 나갔지만 마을 사람들은 거북 바위에서 그들의 끔찍한 최후를 보고 말았다.

갑자기 거대 오징어 괴물이 나타나자 마을 사람들을 점점 더 공포감에 휩쌓여 불안해 하였다.

그 때,

"혹시 올해 제사가 잘 못된거 아닐까요?"

용이 웅이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못했던 옆집 이씨아저씨가 한마디 했다.

그리고는 용이와 웅이를 보며

"너희들 제사 지낼때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나온거 아니야?"

날카로운 목소리로 용이와 웅이에게 물었다.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용이가 소리쳤지만 마을 사람들의 눈빛은 싸늘하였다.

감자며 쌀이며 먹을 것이 가장 먼저 떨어진건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용이 웅이였단다.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도와주지 않았기에.

사실 자기들 먹을 것도 얼마 없었고 이씨의 말을 진짜라 믿어 거대 오징어의 습격이 용이 웅이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았단다.

용이는 배고파 하는 웅이를 데리고 뭐라도 먹일려고 숲으로 갔다.

조그만 섬마을에는 딱히 먹을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걷고 걷다 허기진 몸을 이끌고 거북바위 뒤 비석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지껏 몰랐는데 거북바위 비석위에 이상한 모양의 홈이 있었다.

그 홈이 어머니가 주신 목걸이 모양과 너무나 일치했다.

용이는 어머니가 주신 목걸이를 그 홈에다 끼웠다.

비석은 찬란하게 빛을 내더니 선명하게 글자가 나타났다.

'간절히 원하는 자 3번 절을 하라.'

용이는 절하는거야 뭐 어렵지 않지라고 생각하고 

마음 속으로 간절히 빌며 절을 하였다.

그러자 커다란 거북바위가 쩍 하고 갈라지더니 진짜 어마어마하게 큰 돌 거북이 성큼성큼 바다로 내달렸다.

거대 오징어 괴물을 한입에 삼켜 버렸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돌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도 땅이 울리는 소리에 뛰쳐나왔다 돌거북이 거대 오징어 괴물을 잡아 먹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환호를 했다.

마을은 다시 평화로와졌고 거대 오징어 괴물을 물리친 용이와 웅이를 기리기 위해 바위로 석상을 만들었다.

이 석상을 아직도 볼 수 있단다.

똥강아지도 동남쪽 뱃길따라 500리 쯤 가면 아마 그 모양이 지금은 많이 희미해진 이 석상이 있다는 전설이.

잘자라~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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