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기 전에 들여주는 이야기

왕과 왕비의 석상 마지막 편

인생 뭐 있나 2020. 1. 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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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이야기를 듣고 자란 첫째는 시큰둥한다.

핸드폰이 있으니 아빠 블로그 구독 좀 해달라고 

사정을 하면

시크하게 "네." 하고 슬쩍 보고 끝이다.

둘째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잠들 때 이야기를 해주지 못하고 

재웠다.

지금 둘째는 아빠 블로그에 빠져 산다.

아빠 블로그 매니저다.

오늘은 방문자가 몇 명이에요?

성화에 못 이겨 

블로그에 글 올린다.

아들아! 아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루비 공주는 궁전을 빠져나왔다.

큰길로 다니면 금방 잡힐 것 같았다.

좁은 골목길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걷고 또 걸었다.

인적이 드문 조그만 산 중턱에 다다랐다.

이제 쫓아오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안도감에

갑자기 피곤함과 배고픔이 밀려왔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바탕 울고 나니 

다시 정신이 맑아졌다.

그대로 있지 말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배고픔부터 해결해보자고 마음먹은 공주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저 멀리 산속에 불빛이 보였다.

공주는 무작정 불빛을 향해 달렸다.

조그마한 나무 오두막집.

"계세요?"

"누구세요?"

안에서 맑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저 지나가던 사람인데 길을 잃었어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먹을 것을 조금만 얻을 수 있을까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공주는 마음속으로

'제발, 제발 먹을 것을 주세요!'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이거라도 괜찮으시면 마음껏 드세요."

오두막 안에 청년은 환한 미소로 웃으며

공주를 안으로 안내하였다.

너무 많이 말라 딱딱한 빵이었지만 

하루 종일 굶은 공주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청년은 공주를 보고 말했다.

"옷차림을 보니 이런 곳에 혼자 

다릴 분이 아닌 거 같은데, 

무슨 사연이 있으신가요?"

그의 말투는 이곳의 말투가 아니었다.

그가 이곳 사람이 아니라면 군사들에게 

자신을 고발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왠지 청년의 맑은 눈은 

"내가 도와줄게"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주는 왕과 왕비, 재상이 돌로 변한 이야기

군대에게 쫓기고 있는 이유를 청년에게 말했다.

갑자기 그 청년은

"하늘 나무, 하늘 나무야, 하늘 나무."

그 청년의 이름은 하늘 나무 마을에 카이였다.

카이는 자신의 마을에 있었던 신비한 하늘 나무 이야기를 공주에게 들려주었다.

"그럼 그 가루가 바로 하늘 나무 잎 가루군요.

혹시 그 거대한 새의 깃털을 가지고 계신가요?"

"안타깝게 제가 다시 고향마을에 갔을 땐 마을과 하늘 나무가 불타고

마을 사람들은 사라졌어요. 거기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 깃털만 찾으면 아빠, 엄마를 다시 되돌릴 수 있어'

공주는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그 고향 마을에 저를 데려다주실 수 있나요?"

"네, 알겠습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저도 사실 사라진 마을 사람들을 찾고 있어요.

같이 가보면 제가 찾지 못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내일 바로 떠나도록 준비할게요. 오늘 피곤하실 테니 주무세요."

하고 청년은 자신의 침대를 양보해 주었다.

너무나 피곤한 공주는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뭔가가 침대 밑에서 꿈틀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으악."

생 닭고기 피부처럼 생긴 뭔가가 꿈틀꿈틀 거려 

너무나 놀라 기절할 뻔했다.

(아들 요리할 때 생닭 알지? 좀 징그럽긴 하지? 이런 멘트 함 던 저주고

빨리해달라고 난리 나던데. 우리 아들은)

"아, 죄송합니다. 제 친구인데 소개가 늦었군요.

외모는 이쁘지는 않지만 저를 항상 위험에서 구해주는

친구입니다."

털이 하나도 없는 병아리를 공주는 처음 보았다.

"루는 알에서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털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보통 잠만 자는데.

저를 괴롭히는 사람은 사정없이 공격해요."

공주는 놀라긴 했지만 뒤뚱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먼길을 가야 해서 카이는 이것저것을 챙기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카이는 루를 안고 먼길을 가고자 문을 활짝 열고 집 밖으로 나가려다

깜짝 놀랐다.

칼과 창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카이와 루비를 에워싸고 있었다.

카이와 루비는 커다란 호송용 마차에 실려 왕궁으로 끌려갔다.

왕궁 광장에 도착하자 

왕의 복장을 한 석공이 루비에 눈에 들어왔다.

석공은 여전히 옆구리에 하늘 나무 잎 가루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루비 공주를 잡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공주를 보호하고 있던 놈입니다."

"알았다. 내가 처리할 테니 너희들은 물러가거라."

석공은 군사를 물리고 

"이제 공주도 돌이 되어야겠다.

그럼 이제 내가 이 나라의 왕이 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

"저 그 하늘 나무 잎 가루는 어디에서 구하셨나요?"

석공은 깜짝 놀랐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지?"

"전 그 마을 사람입니다."

"허허, 그 마을 사람은 다 죽었는데. 한놈이 살아있었군.

비밀을 아는 네 놈도 돌로 만들어 주마."

카이는 부모님과 마을 사람이 떠올라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

"자, 이제 영원히 돌이 될 시간이다.

내 정원에 놓을 석상으로는 제격이지."

석공은 가루 한 줌을 쥐고 공주와 카이에게 뿌렸다.

그때 하루 종일 잠만 자던 루가 깨어나

석공에게 달려들었다.

깜짝 놀란 석공은 

"뭐 이런 생닭이 살아있다니.

내 놈도 돌이 되거라."

카이와 공주에게 뿌리려고 했던 가루를 

루에게 뿌렸다.

카이와 같이 여행하던 3년 동안 

털도 없고 생닭처럼 다니던 

루가 하늘 나무 잎 가루를 맞자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하얗고 

윤기 나는 깃털도 수북하게 돋아났다.

바로 하늘 나무 꼭대기에 사는 신비의 새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석공을 누르고 있었다.

사자의 발아래 깔린 쥐처럼 석공은 끙끙거리고 있었다.

카이는 루에게 

"깃털 3개만 줄 수 있겠니?"

루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는 깃털 3개를 뽑아 태워 그 재를 루비의 아버지, 어버니, 그리고 왕국의 재상에게

뿌렸다.

"허허 내가 관절염이 심했는데, 씻은 듯 나았구나."

"국왕폐하, 전 허리가 아파 걷지도 못했는데 씻은 듯 나았군요."

"루비야, 고맙구나. 엄마도 피부가 젊어졌네."

왕의 가족은 반가운 재회를 했다.

카이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왕은 석공에게 

"너도 당해봐야 되지 않겠나."

석공에게 뺏은 가루를 석공에게 뿌렸다.

석공은 그대로 돌이 되었다.

루비와 카이는 결혼하여 왕국을 잘 다 쓰렸다.

석공이 돌로 변한 조각상은 우물에 버려졌는데

아직도 죽지 않고 어딘가에 돌이 된 채 살아 있다고 한다.


센스있는 아빠는 돌 하나 주어와서

"이 돌이 그 석공이다." 함 해주면 애들 너무 좋아합니다. 한번 해보세요~~~

아들아 네가 길게 쓰라고 해서 길게 썼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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