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촌 이야기

시게또

인생 뭐 있나 2019. 12. 31.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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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살던 고향은 음....꼴짝(된발음이 강한 동네다)

이 동네가 신기한게 낚시할 때 쓰는 "찌"를 윗동네는 패디, 아랫동네는 쫑때.

같은 물건을 두고도 부르는 말이 다를 정도다.

(지명과 인적 사항은 가능하면 안 적고 싶어서)

옛날 이야기 두 번째는 시게또

스케이트의 일본식 발음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 생각인데, 그때는 그렇게 불렀다.

오늘은 이 시게또의 추억을 소환해 본다.

나의 슈가things 2번째 이야기

시게또는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바로 시게또에 사용된 스케이트로 치면 칼날의 종류에 따라서다.

1. 철사썰매

위에 사진을 보면 요즘 얼음 썰매장에서는 보기 드문 걸로 위 모양과 유사하나 칼날이 아닌 굵은 철사가 사용된 경우이다. 보통은 넓게 만든 초보용 설매가 많고 타는 방법은 위 사진과 같이 양반다리로 타는 경우가 많다. 철사를 붙이는 밑부분도 위 사진 같은 각목이 아니라 통나무를 대충 잘라 만드는 경우도 많다. 재료는 구하기 쉽지만 철사 구부리는게 생각보다 어렵고 철사 고정시키기도 어렵다.

제작 난이도 :

제작 비용 :

설매 속도 :

2. 칼날썰매

위에 사진이 딱 칼날썰매이다. 동네는 골짝 동네지만 면소재지에 농기구 수리센터에서 위에 보이는 칼날을 판매한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그때 가격이 2개 1쌍에 2천원이었던 것 같다. 신라면 200원, 삼양라면 100원하던 시절에. 칼날 썰매는 보통 좁게 만들어서 양반다리가 아니라 쭈구리고 앉아 탄다. 뒷쪽에 여자들 구두굽처럼 각목을 하나 더 붙여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게 한다. 두발만 겨우 올려 놓을 정도로 좁게 만들며, 속도가 꽤 빠르다.

제작 난이도 :

제작 비용 :

썰매 속도 :

3. 스피드스케이트날 장착 설매

오늘의 지존 썰매, 얼음썰매계에 에르메스요 샤넬이다. 추억이야기 할때 하겠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레어템이자 지존템. 나도 눈앞에서 날려버린 안타까운 설매. 그 당시 우리 시골에서 스피드스케이트를 영접하는 것도 아니 구경하는 것도 힘들거니와 이것을 썰매에 붙인다는건 로또가 당첨되야할 정도의 행운이어야 했을거다.

제작 난이도 :

제작 비용 :

썰매 속도 :

오늘은 시게또에 하면 생각나는 나의 어린 시절이야기이다.

우선 지금 고향에 가면 두가지 종류의 논이 있다. 1모작(벼농사만 1년에 한번함)하는 논과 지금 가보면 비닐이 덮여 있는 논.

1모작논은 겨울에 별다른거 없이 그냥 땅만 덩그러니있다. 비닐이 덮여있는 논은 비닐 속에서 마늘이 자라고 있다.

옛날에도 마늘 논은 비닐이 덮여있어 여기에서는 시게또를 탈 수가 없고 1모작 논이 바로 우리의 겨울 주요 놀이터이다.

지금과 다르게 1모작 논은 겨울에 물을 가득 받아 두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물이 얼어 좋은 얼음 판이 만들어진다. 그때에 아이들은 국민학교 1학년만 되어도 톱과 망치, 펜치 같은 공구를 자유롭게 다루었다. 아버지가 도와주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손수 만들어서 사용했다.

나의 첫 시게또는 위에 말한 1번 철사 스게또였다. 아마 학교 다니기 전으로 기억되는데 아버지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집에 각목이 없어 통나무에 철사를 덧대다 보니 철사가 반듯하게 붙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느렸다. 그때 벌써 친구들은 면(소재지 우린 그냥 면이라고 불렀음)에 농기구 수리센터에서 파는 칼날을 사서 칼날 썰매를 만들어 타고 다녔다. 내꺼 아무리 팔빠지게 시라도(팔로 미는 행동을 우린 "시룬다"라고 표현함) 앞으로 나가지도 않고 이 놈에 철사는 하루타고 다음 날이면 녹이 쓸어 잘 나가지도 않았다.

내가 누군가? 가난해도 귀한 아들 아니신가? 우리집 칼라TV를 동네 1등으로 샀는데. 아버지가 소팔어서 100만원 넘게 받으면 칼라티비 14인치 사올게 하셨는데. 103만원 받고도 티비를 안 사오셨네. 3일 금식에 밤새 떼굴떼굴 굴렀더니 바로 전파상 가서 14인치 칼라티비 사오셨다. 동네 1등으로

물론 칼날을 갖고 싶었던 난. 똑같이 딩굴어 칼날을 손에 넣었다. 제작할려니 집에 각목이 없어 마늘 창고 밑판 몇개 잘랐다고 무지하게 혼났다. 집집마다 낫을 갈아야 했기에 숫돌이 있어 칼날을 날카롭게 갈아서 탔는데 지금 눈썰매장가보면 그때의 속도감이 안나온다. (시간 나면 하나 만들어 봐야겠다.)

아침에 타러 나가면 생각보다 잘 안 나간다. 요게 해가 좀 떠오르고 오후가 되면 얼음 표면이 살짝 녹으면 속도감이 장난 아니다. 그리고 더욱 재미있는건 시내물에서 탈 때이다. 그리고 저기 설명에는 없지만 썰매 중간에 대문자 T 모양의 각목을 덧대면 썰매로 점프도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서 가는 곳이 바로 시내물이다. 시내물은 논 처럼 넓지 않고 군데군데 물결이 있는 곳은 두께가 얇다. 뭐 일부러 약간 깨어놓고 그 곳을 지나가기 시합도 하니. 그리고 오후에 기온이 올라가면 얼음이 녹아 얇아져 타고 지나가면 지이익지익 소리와 함께 스릴도 짜릿한데 우리는 이때를 고무얼음이라며 제일 재미있게 놀았다. 잠깐만 실수하면 바로 풍덩. 위아래 옷 다 젖는다. 그래도 그때는 성냥을 항상 가지고 다녔고 논마다 볏짚이 있어 쉽게 불을 피워 옷을 말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탐구생활하러

ps)스피드스케이트 썰매....

삼촌이 왜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스피드스케이트 한짝을 가지고 계셨다. 논에서 한두번씩 탔는데. 타고 걸어두시면 항상 가서 이걸로 시겟또 만들면 안되나 하면 이 비싼걸로 시게또 만들라고 하시며 잔소리를 시작하셨는데. 그래도 삼촌이 저거 안쓰면 바로 만들고 말겠다고 생각하며 몇해가 흘렀고 삼촌도 더 이상 스케이트를 탈수 없었다.

그런데...그런데... 삼촌이 스케이트 탈만한 발이 어른 만한 동네 형에게 스케이트를 줘버렸다. 아쉽지만 그 형은 발이 커 스케이트를 탈수 있으니 어쩌겠나 하고 있었는데. 1주일 후 쯤 그 형이 시게또계의 에르메스를 만드셨다. 삼촌은 내 안주고 하며 몇날을 뒹군 안타까운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때 그 형의 시게또는 그누구도 따라 갈 수 없었고 시냇물에도 빠지는 경우를 못봤다. 얼마나 배가 아픈지. 지금 생각해도 아...배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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