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퀴즈 하나 풀어보고 오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옛날 절에 신비한 화장실이 있었다.
푸세식 화장실(응가나 쉬한 게 바로 아래로 떨어지고 떨어진 내용물이 보이는 화장실)이었다.
무엇이 신비로운가 하니 바로 응가를 누면 바로 튀어 올랐다.
이것을 모르고 응가를 하면 옷을 버리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이 절에 스님들은 화장실 다녀와도 옷이 멀쩡하였다.
절에 하루를 묵고 있던 손님이 10년 수양을 하신 스님께 여쭤보았다.
"스님은 옷에 응가가 묻지 않았나요?"
"전 응가 누고 재빠르게 뚜껑을 닫습니다."
매번 뚜껑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운 방법이었다.
20년 수양 스님을 찾아가 여쭤보았다.
"저는 그네를 가지고 갑니다. 화장실 천장에 그네를 달고 그네를 타면서 응가를 눕니다."
타이밍 맞춰 누기도 힘들고, 그네를 가지고 가는 것도 만만찮은 것 같아
30년 수양 스님께 여쭤보았습니다.
여러분은 30년 수양 스님은 어떻게 해결하실까요?
정답 : 30년 수양 스님은 항상 응가를 두 번에 나누어 누셨어요. 튀어 오르는 응가를 두 번째 응가로 맞춰
떨어뜨렸어요.
우리가 보통 하루에 한 번씩 가는 곳, 세상 근심 중 가장 근본적 근심의 해결소
변소 이야기이다.
옛날 우리 동네는 변소가 크게 3가지 특징을 가진 변소가 있었다.
모든 변소는 지금 아파트처럼 집안에 있지 않았다.
당연히 본채랑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가 뒤꼍이나 집과 담벼락 사이에 존재했다.
특징 적인 변소로 첫째는 문이 없는 변소다.
내가 자랄 때 우리 마을에 17가구 정도에 집이 있었는데, 그중 3개 집에는 문이 없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발소리가 나면 기침을 한다.
기침의 의미가 '화장실에 사람 있어요'의 의미이다.
두 번째 특징적인 변소는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사람 키보다도
큰 커다란 항아리를 묻는다. 그 항아리 위로 나무판자 두 개를 나란하게 놓은 변소다.
이 변소의 특징은 나무판자가 삐걱 거리기도 하고 나무판자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화장실에 발이 빠지거나 하는 사건이 제일 많이 일어나는 변소의 종류이다.
화장실에 애가 빠지면 바로 건져 깨끗이 씻어도 똥독이라는 피부병이 생기곤 했다.
또 다른 이 변소의 단점으로 똥이 항아리에 다 차면 퍼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런 단점을 이겨낸 최신 변소가 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변소.
뭐 형편이 되는 집은 아무 의미 없는 하얀 도기(이미지를 붙이고 싶지만 저작권 문제로 참는다.
푸세식 변기라고 구글에 검색해보길 바란다.)가 하나 붙어있기도 했다.
이 화장실의 장점은 항아리 위 판자보다 안정적이고 똥을 푸는 것은 옆 쪽에 구멍을 통해서
했기에 푸기도 조금 편리한 장점이 있다.
우리 집도 항아리 변소에서 시멘트 변소로 넘어갈 때 이야기이다.
변소가 본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전기 설비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 시절은 동네에 가로등도 없었다.
(지금은 시골에 마을마다 가로등이 들어와 있다.)
밤에 화장실에 가려면 손전등을 꼭 들고 가야 했다.
화장실에 빠질까 두려운 것보다 귀신 나올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 시절 화장실은 지금과 같은 화장실 휴지가 아니고 신문지를 많이 사용하였다.
신문지를 그냥 쓰면 빳빳했기에 손으로 열심히 비벼 부드럽게 만들었다.
특히 겨울은 바람이 많이 불고 이상한 동물 소리도 많이 나다 보니
형제가 있는 집이면 항상 누군가를 깨워 보초를 새워 두고 일을 보았다.
소변은 그냥 뒤뜰이나 거름터(집집마다 소를 키웠기에 소똥 등을 모아두는 터)에 그냥 누면 되었다.
내 나이쯤 되는 분들은 알겠지만 납량특집으로 '전설에 고향(유명한 tv 프로그램으로 전국 여러 지역에
전해 내려 오는 전설을 알려주는 프로그램)' 귀신 이야기를 자주 보여줬다. 특히 유명한 건 구미호.
근데 이게 뇌리에 박혀 꼭 겨울 화장실 갈 때 생생하게 기억난다.
구미호 등장 전에 나오는 효과음이 화장실 가면 똑같이 들린다. 매서운 겨울바람소리.
여기까진 그 시대 누구나 경험하던 변소 이야기이다.
우리 집 변소도 시멘트 변소였다. 그때는.
역시 본채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전기 설비가 힘들어 등이 없었다.
지붕은 스레트라고 지금은 1급 발암물질로 건축자재로 사용이 안 되는 재료였다.
지붕은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시멘트로 벽만 세우고 벽에 큰 돌 몇 개 올려 스레트를 올려두었다.
스레트와 돌 사이로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맑은 날은 밤에 별을 보며
일을 볼 수 있었다.
때는 여름 그날 무척이나 더웠다.
화장실 갈 때 부채를 가지고 갔다.
이 부채의 용도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엄청나게 달려드는 모기에게서 소중한 내 엉덩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연신 부채질을 하며 근심 해결 중이었다.
바로 그때 천장에 뱀 한 마리가 스멀스멀 기어 내려왔다.
얼마나 놀랐는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 올랐다.
일 보고 있는 중이라 움직이지도 못한 나는
"아버지, 뱀, 뱀, 뱀요."
화장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들이 뱀한테 물릴까 기겁하신 아버지가 뭔가를 들고 오셨다.
"어데?''
짧은 물음과 함께
아버지의 뱀 응징이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들고 오신 건 바로 파리채였다.
파리채로 뱀을 물리치는 아버지.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것보다 파리채를 드신 우리 아버지가 더 멋져 보이던 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ps. 뱀을 그전에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뱀을 정말 더 싫어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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