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의 촌 이야기

인생 뭐 있나 2019. 12. 3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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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쪼그미인가 이수근, 김희철이 다시 부른 노래

언제부터인가 그댈 멀게 느낀 건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는 걸 본 후~~

미스터투에 '하얀 겨울'

(동전 노래방 가면 불러봐야지)

촌놈의 촌 이야기 첫번째 주제는 눈이다.

낭만적인 주제.

어른이 되고 어릴 때랑 달라진거 언듯 생각나는 두가지.

물론 나에게만 해당하는지는 모르지만

첫째, 경찰아저씨를 볼때의 관점

어렸을때는 경찰아저씨를 보면 왠지 먼저가서 인사하고 싶고 나를 지켜줄거 같고 했는데.

운전을 하고 부터는 다가오면 무섭다는 ㅠ,.ㅠ 교통규칙 상당히 잘지키는데도 20년 운전 인생에 신호위반 2번, 불법주차 3번으로 벌금. 많은건가?

두번째, 눈에 대한 반응

지금은 눈이 오면 차가 막힌다, 도로가 얼어서 위험하다, 출퇴근 죽음이군 등등 좋은 생각이 하나도 안나는데, 어릴 때 눈은 정말 정말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며 눈오는 날은 눈이 온다는 사실 만으로 너무나 행복했었는데.

자자, 아재의 눈이야기 시작

우선 우리집은 골짝이었다. 동네에 분교가 있어 분교에서 2학년까지 다니고 면소재지에 있는 본교에 3학년 부터 갔다. 1, 2학년이 한 반에서 공부하는 복식 학급이었다. 우리 집은 나즈막한 토벽 집으로 밤에 눈이 많이 오면 항상 아버지가 일찍 깨우셨다. 지붕에 눈이 많이 쌓이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집이 무너질까하여 새벽에 일어나 사다리를 대고 지붕에 올라가 눈을 밑으로 밀어 내렸다. 평소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너무 싫어해 어머니가 빗자루로 때려도 잘 일어나지 않았지만 눈 내리는 날을 달랐다. 잠결에 눈이라는 말만 들어도 신나서 벌떡 일어났다. 눈오는 날 아침은 지붕에 눈을 밀고 나면 그 다음 마당과 우리 집 앞 그리고 마을 입구로 이어지는 길에 있는 눈을 온 동네 사람이 나와서 치웠다. 이게 재미있는게 마을 입구의 길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서 길 위에 눈을 밀면 낮은 논 쪽으로 눈이 왕창 모인다. 조그만한 눈 동산이 만들어진다. 촌에 가장 흔한 농기구 삽, 아이들은 삽을 들고 나와 눈 동산에 구멍을 파고 눈으로 벽을 만들고 아지트를 신나게 만든다. 스타크레프트의 테란 벙커를 생각하면 될 거다. 다 만들고 나면 다음은 눈사람을 만들 차례이다. 동네에 아이들이 다 나와서 눈을 굴리면 지름이 3미터가 넘는 눈 덩어리가 만들어지는데 처음에는 깨끗한 하얀 눈공이지만 크기가 커지면 무게 때문에 쌓인 눈과 바닥에 흙까지 같이 말려 무슨 인절미에 콩고물 색깔같은 흙이 붙어있는 눈사람이 된다. 커다란 눈 덩어리 2개를 열댓 명의 아이들이 영차 영차하며 올려놓으면 정말 어마어마한 눈사람이 만들어진다. 여자 아이들은 나무작대기나 솔방울을 이용해 눈코입을 꾸미고 남자아이들은 삽으로 몸통에 구멍을 파 눈사람을 아지트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개에 눈사람와 아지트가 만들어지면 이제 신나게 눈을 뭉처 눈싸움을 시작하는데 중앙선을 긋고 넘어가기 없기로 처음에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이것 저것 없다. 악동끼 있는 남자 애들은 몇 명씩 몰려다니며 한 아이만 노려서 잡은 다음 옷 안에 눈을 그냥 막 집어 넣어 버린다. 이렇게 몇시간 손에 감각이 없을 때 쯤 철아~~밥먹으러 온나, 각 집에서 철아 하면 동네 철이들 다 밥먹으러 가야한다. 여자 아이는 아니지만 남자아이는 대부분 다 철이다. 왜? 바로 집성촌(동일한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이기 때문에 예를 들면 안동 김씨 34대는 철자 돌림이면 상철, 경철, 민철, 한철, 종철, 무철, 현철, 우철.... 다 철이다. 남자아이는.

눈이 오는 날 점심은 동네 아이들 너나 할거 없이 빨리 먹고 다시 뛰쳐나온다. 이렇게 좋은 날이 없으니.

그리 좋은 장갑이 없기에 오전에 놀고 나면 다 젖은 장갑 다시 끼고 손에 하나씩 들고 나타나는 것은 바로 비료포대이다.

동네 뒷산, 앞산 모두 산소가 많이 있다. 산소 주변은 잔디가 심겨있으니 눈이 안오는 날은 보통 산소 주변 평지에서 씨름을 하고 놀지만 눈이 오면 다들 비료포대에 짚을 조금 넣고 뒷산으로 올라간다. 눈썰매장 부럽지 않은 뒷산 놀이동산 오픈.

비표포대 앞부분을 우겨 잡고 일단 선발 대원이 길을 내야한다. 한번도 안 눌린 깨끗한 눈은 미끄럽지 않기에 힘들지만 선발 한명이 길을 뚫어줘야 다름 사람부터 미끄러져 내려온다. 모험심 강한 몇몇은 돌 낭떠러지 쪽으로 길을 내고 신나게 내려오기도 한다. 가장 무서운건 대추나무다. 타고내려오다가 우리 마을 언어로 대추나무 끌때기(나무를 자르고 나면 남은 자그만한 나무줄기 뽀족한 부분)에 걸리면 비표포대와함께 바지까지 쭉 찢어진다. 물론 상처나 피가 나기도 한다. 상처나 피가 나는건 몰라도 바지 찢으면 그집은 그날 저녁 곡소리 나는거다. 지금처럼 스키복이나 보드복이 있으면 해질때까지 타겠지만 몇시간만 타도 바지가 젖어 달달 떨다 손발에 감각이 없으면 다들 집에간다. 그냥가면 재미없지. 혹시 그때까지 눈이 온다면 입을 쫙 벌리고 내리는 눈을 하나씩 받아먹으며 집으로 온다. 참 그 시절 눈은 달콤했는데.

지금은 먹으면 죽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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