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의 취미생활/식도락

My Soul Food # 참치 김치찌개(레시피 추가)

인생 뭐 있나 2020. 10. 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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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마구 먹어도 살도 찌지 않던 내가.

언젠가부터 살이 찌기 시작해서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먹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

이제 건강을 위해 먹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라 "식도락"이 더욱 그립다.

 

나에게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어렵다.

그때그때 좋아하는 음식이 바뀐다.

하지만 자주 먹었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참치 김치찌개"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참치 김치찌개를 처음 먹었던 날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시골이야기에서도 말했지만 난 분교가 있는 시골 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6학년 때 서울에 사시는 이모가 추석이라고 명절 선물로 참치와 햄이 들어있는 선물 세트를 보내셨다.

아무리 시골이라도 햄은 먹어보았다.

물론 주로 먹었던 햄은 분홍색의 동그란 햄이었다.

요즘도 마트에 추억의 햄이라며 보이더라.

역시 서울 사시는 이모님은 뭐가 달라도 달라라고 생각하며 깡통 햄(아마 스팸과 비슷한 종류로 기억된다.)을 맛나게 먹었다.

문제는 참치캔이었다.

어머니는 참치캔 요리법을 몰라 서울 이모님께 전화까지 하셨다.

비싼 DDD 시외통화로.

"김치랑 넣고 찌개로 끓여 먹어."

이모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김치 한 포기와 참치캔 하나를 가마솥에 넣고 끓이셨다.

"이거 맛이 와 이러노?"

아버지의 한마디.

사실 아버지는 편식을 하시지 않고 모든 음식을 잘 드시는 편이었는데.

어머니의 참치 김치찌개는 도저히 먹기 힘드셨던 것 같다.

지금 참치 김치찌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도 그때는 거의 먹지 않았다.

이유는 참치를 아낀다고 참치를 적게 넣어 김치탕이 되었던 것이다.

김치만 자글자글 끓여도 맛있겠지만 어머니는 물도 너무 많이 넣으셔서 맛이 없었던 것이다.

첫 만남은 강렬하지 못했지만 어린 나이에 자취생활을 한 난 어머님이 해주시던 음식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었다.

농사일이 바빠 자주 자취방에 오시지 못한 어머니를 대신해 내가 해 먹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 가장 많이 해 먹었던 것이 참치 김치찌개였다.

신기하게도 김치가 질리지 않듯 참치 김치찌개도 질리지 않았다.

먹을 때 마다 맛있는 음식.

 

대단히, 엄청나게, 굉장히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이 안될 만큼 게을렀던 난 일주일을 참치 김치찌개와 밥으로 해결한 적도 많다.

그때의 준비물

  • 김치 한 포기
  • 참치캔 3개
  • 커다란 양은 냄비(뚜껑 반드시 필요)

조리법

  1. 김치 볶기 with 참치캔 기름 

  2. 물 넣고 끓이기

  3. 참치 넣기

먹는 법

아침 :  커다란 양은 냄비 뚜껑에 밥 덜기

     주의 : 밥을 뜰 때는 반드시 숟가락 사용, 주걱을 사용하면 주걱을 설거지해야 함

        냄비 뚜껑 위 밥에 참치 김치찌개 덜어서 먹기

        다시 뚜껑 덮어서 냉장고 보관하기 (상하면 안된다.)

점심 : 나가서 사 먹기

저녁 : 냉장고에 양은 냄비 꺼내서 참치 김치찌개 끓이기 (뚜껑은 설거지하지 않아도 찌개를 다시 끓이면 깨끗해짐)

다음 날 아침 : 커다란 양은 냄비 뚜껑에 밥 덜기, 냄비 뚜껑 위 밥에 참치 김치찌개 덜어서 먹기, 다시 뚜껑 덮어서 냉장고 보관하기

무한 반복이다.

끓여 놓은 참치 김치찌개의 양이 적어져 바닥이 보이면 뚜껑이 아니라 냄비에 밥을 바로 덜어 비벼먹으면 설거지하기 좋다. 그릇 하나도 필요가 없다. 어떤가 굉장하지 않은가?

이것이 참치 김치찌게가 게으른 자취생의 소울 푸드가 된 이유이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치는 항상 냉장고에 많이 있고 참치캔은 마트에 많이 있고.

위의 방법으로 매일 숟가락, 젓가락만 씻으면 된다.

혹시 지금 현재 자취하는 사람이라면 위 방법을 써보기 바란다. 

설거지할게 정말 줄어드는 생활의 지혜이다.

글의 제목과 같이 지금 3개의 레시피를 알려주려고 한다.

첫 번째 레시피 장모님 레시피

  • 무, 파, 다시마, 각종 버섯 가루 조금, 멸치 한 줌, 디포리 한 줌을 넣고 다시물을 낸다.
  • 다시물에 건더기를 버리고 식혀둔다.
  • 김치를 물에 살짝 씻어 고춧가루를 제거한다.
  • 씻은 김치를 잘게 썰어 참치캔 기름으로 볶는다.
  • 김치가 숨이 죽으면 참치를 넣고 준비된 다시물을 넣고 간을 맞춘다.

-매운 것을 잘 못먹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며 국물이 상당히 깨끗하다.

두 번째 집사람 레시피

  • 장모님 방법과 다시물 내는 법은 같다.
  • 김치는 씻지 않고 그대로 잘라 넣는다.
  • 마지막에 두부를 넣어서 두부가 익으면 불을 끈다.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레시피이다.

나의 레시피

  • 김치를 냄비에다 가위로 아무렇게나 썬다.
  • 김치를 볶는다.
  • 물을 부어 간을 맞춘다. 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레시피, 김치 국물의 맛이 가장 잘 살아있고 뻑뻑한 느낌이 없이 개운하다.

가장 중요한 정보: 참치 김치찌개가 맛있으려면 김치가 맛있어야 한다.

                       참치캔은 동원이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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